명도암선생 진용행장(종친회 김인고문님 해석 자료임)원문 일부

선생 서거 후 252년 갑인 (1914년) 2월 일 9대손 석익(錫翼) 삼가 씀

탐라는 남방의 웅장한 번진(藩鎭)이라 유명한 동굴과 거대한 산악의 정기(精氣)가 혼돈미정(渾沌未定)의 혼합 상태로서 그 지세(地勢)가 풍후(豊厚)하고 수려하여 반드시 호걸의 준재(俊才)가 틈틈이 나와서 그 사이에 한 세대(世代)의 문화를 장식할 것이니 가히 장(壯)하다 이를 것이로다. 우리 선조고(先祖考)이신 명도암(明道菴)선생은 이 지방에 흘연(屹然)히 특출하신 발군의 자질로 써 성현의 학문을 터득하셨으며 관직을 달갑게 여기지 않으시고 사퇴하시어 산중(山中)에 기와(起臥)하시면서 인격(人格)을 수양하시고 지조(志操)를 고상하게 가지셔서 절해고도(絶海孤島)의 미개(未開)상태를 타파하시고 유학을 발흥(勃興)시켜 그 교화(敎化)가 널리 행하여져서 울연히 제주의 유종(儒宗)이 되셨으니 거의호걸의 준재로써 한 시대의 문화를 장식하신 분이라 하겠다. 선생의 휘(諱)는 진용(晋鎔)이오 자(字)는 진숙(晋叔)이니 1605년(宣祖三十八年‥萬曆乙巳)에 탄생하셨으며 어렸을 적에도 특이한 자질이 있었다. 일찍이 길가에서 노실 때 한 도사(道士)가 그 형상(形狀)과 용모가 비범(非凡)하심을 보고 집까지 뒤따라와서 그의 부모에게 칭찬하고 치하하면서 하는 말이 후일에 귀 가문을 성대하게 할 사람은 반드시 이 아이라 하고 따라서 길지(吉地)를 점지(點指)하여주면서 집 지어 살게 하였다. 마침 간옹(艮翁) 이익(李瀷)선생이 제주에 유배(流配)된 때인지라 선생이 어린나이로 써 집책(執策) 수업하시어 고인(古人)의 학문하는 요체(要諦)를 다 터득하셨으므로 언어(言語)나 문장이 세속(世俗)의 기풍을 초탈(超脫)하여 올바르고 당당하셨으며 세인(世人)이 음사(淫祀)를 숭상하였으나 무격(巫覡)과 부적(符籍)을 문 안에 들여놓지 아니하셨으며 일찍이 요귀(妖鬼)의 재앙(災殃)이 있어서 온 집안이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였으나 유독 선생은 평온자약(平穩自若) 하시어 동요하지 아니하셨으므로 요얼(妖孼)도 저절로 종식(終熄)되었음은 그의 정성이 대개 이와 같이 되게 한 까닭이리라. 1635년(仁祖十三年‥乙亥)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시어 성균관에 유학(遊學)하실 때에 사림(士林)이 믿어 의지(依支)하고 존중하였으며 뒤에 제주에 온 인사가 학교 창설을 성취한 것도 또한 선생이 제창(提唱) 보도(輔導)하신 공로라 하겠다. 1643년(仁祖二十一年‥癸未) 경학전강(經學殿講)에 거듭 합격하시어 숙녕전(肅寧殿) 참봉(參奉)에 보직되었으나 출사(出仕)를 불긍(不肯)하시어 드디어 사퇴하시고 향리에 돌아와서 일평생 몸을 바쳐 할 일을 계획하셨다. 1658년(孝宗九年‥戊戌)에 만오(晩悟) 이회(李禬)가 이 고장의 수령으로 부임하여 위정(爲政)의 제일 지침을 학문의 작흥(作興)에 두고 온갖 조례규범을 오로지 선생에게 왕방(往訪)하고 자의(諮議)하였으며 선생이 또한 찬동 참여하시어 논의하시니 금회(襟懷)와 기망(期望)이 서로 부합하였으므로 드디어 방침을 세워 좋은 터를 복지(卜地)하고 구분 획정하여 학교를 창건하고 장수당(藏修堂)이라 편액(扁額)하였으니 서적과 양곡을 저장(儲藏)하여 써 많은 인사의 과공(課工)을 권면(勸勉)한다는 뜻에 연유(緣由)함이었다. 이로부터 외곬으로 학문이 진흥 발기(勃起)하여 제주의 풍속이 울연(蔚然) 일변(一變)하였다. 1663년(顯宗四年‥癸卯) 12월 7일에 서거(逝去)하시니 향년이 59세요 처음에 명도악(明道岳) 밑에 안장하였다가 1689년(肅宗十五年‥己巳)에 정의현 홍로(烘爐) 대교동(大橋洞) 해좌(亥坐)에 이장(移葬)하였으니 대개 문인(門人) 소두산(蘇斗山)이 제주목사로 부임하였을 때 복지(卜地)한 곳이다. 1832년(純祖三十二年‥壬辰)에 목사 이예연(李禮延)이 사림(士林)의 공론으로 써 영혜사(永惠祠)에 종향(從享)하였던바 1843년(憲宗九年‥癸卯)에 목사 이원조(李源祚)가 향읍의 명유(名儒)를 영혜사(永惠祠)에 종향(從享)하는 것은 그의의(意義)를 따지면 미안한바가 있다하여 따로 향현사(鄕賢祠)를 세워 고영곡 득종(高靈谷 得宗)과 더불어 병향(並享)하였다. 우리 김씨(金氏)의 근본은 광산(光山)의 명문우족(名門右族)으로서 고려조에서 평장사(平章事)를 세습하였으며 그 말엽(末葉)에 도염령동정(都染令同正) 휘 일(逸)께서 해중고도(海中孤島)로 손피(遜避)하셨으니 제주의 광산김씨는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휘 견로(堅老)는 천호요 또 휘 치남(致南)도 천호요 또 휘 계충(繼忠)은 어모장군이요 또 휘 귀천(貴泉)도 어모장군이니 이로써 선생의 고조(高祖)이상이시며 증조(曾祖)는 휘 세응(世應)이요 조(祖)는 휘 수진(守珍)이요 고(考)는 휘 경봉(景鳳)이니 세세로 이 지방의 명문이요 비(妣)는 고씨(高氏)니 수문장(守門將) 효언(孝彦)의 따님이시며 7남을 두셨으니 선생은 그 둘째이시다. 배위(配位)도 고씨(高氏)니 장연현감(長連縣監) 이지(以智)의 손녀요 통정대부 경곤(景鵾)의 따님으로서 7남 1녀를 두시니 아들은 계고(繼高) 계현(繼賢) 계휘(繼徽) 계륭(繼隆) 계인(繼仁) 계창(繼敞) 계운(繼運)이니 계륭(繼隆)은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고 문과에 등제하여 벼슬이 예조정랑(禮曹正郞)이요 계창(繼敞)은 문과에 등제하여 벼슬이 성균전적(成均典籍)이며 딸은 모(某) 관성(貫姓) 모(某)에게 출가하였고 후대(後代)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병조좌랑(兵曹佐郞)에 이른 유(柔)는 계인(繼仁)의 5대손(代孫)이라 나머지 자손은 많아서 누백(累百)에 이르므로 다 기록치 못한다. 아- 선생의 세대는 지금으로부터 300년이 되었으나 이 지방 인사(人士)들이 모두 그가 거주하시던 마을 이름을 따라서 명도암(明道菴)선생이라고 호칭(號稱)하는 것은 대개 그 공로가 후진(後進)을 교육하신데 있었던 까닭이며 명망이 당세에 높으셨으니 당세의 명사로서 용주(龍洲) 조경(趙絅)·만오(晩悟) 이회(李禬)·갈피(葛陂) 이인실(李仁實)·록하(麓下) 이예연(李禮延) 등 여러분이 혹은 그 문학을 추앙하고 혹은 그 의론을 숭상하고 혹은 그 재능과 덕행을 칭송하고 혹은 그 지조를 존경하고 혹은 그 사업을 찬미하였으며 그 계략(計略)이 현묘(玄妙)함에 이르러서는 신명(神明)을 관통하여 요얼(妖孼)을 미식(彌熄)케 하였으니 옛 군자(君子)에게 부끄러움이 없거늘 애석하게도 백세지후(百世之後)에 성취하신 것을 세상에서 아는 자(者)가 없음은 지사(志士)의 유한(遺恨)이라. 선생이 저술(著述)하신 것이 모두 산실(散失)되고 단지 약간의 기문(記文)이 남아서 홍화각(弘化閣) 총물당(總物堂) 등 여러 공청(公廳)에 게시(揭示)되고 있었다 하나 현금(現今)에는 탕진(蕩盡)되어서 보존된 것을 또한 볼 수 없으니 자손으로서의 통한이 거듭되는지라 아- 슲은일이로다! 일전(日前)에 종숙부 첨추공 좌규(佐圭)께서 제종(諸宗)의 총의(總意)로써 장차 묘도비명(墓道碑銘)의 찬술을 의뢰할것을 불초(不肖)에게 상의함으로 불초가 말하기를 우리는 덕성(德性)과 선(善)한 사공(事功) 및 행적(行跡)을 조술(祖述)하는 것을 진실로 많은 자손들의 본무(本務)로 삼을 것이요 현양(顯揚)하려고 작심(作心)하기에 이른 것도 또한 효자 자손(孝子 慈孫)들의 성심이라 이 어찌 성거(盛擧)가 아니리요 그러나 조선(祖先)의 덕행을 소개(紹介)하여 기술(記述)하는 것이 근본(根本)이요 조선(祖先)의 미덕을 천양(闡揚)하는 것은 말단(末端)이라 후손된 자로서 말단이라 하여 등한(等閒)히 하는 것은 진실로 불가한 일이로되 더욱 마땅히 그 근본이 되는 일에 치력(致力)하면 이것이 조선(祖先)의 덕을 밝게 나타내는 도리(道理)가됨으로 천지간을 왕래하시는 조선(祖先)의 영혼이 또한 반드시 나의 후계자가 있다 하시리라. 불초(不肖)는 완고(頑固)하고 문견(聞見)이 좁아서 성행(性行)이 비루(鄙陋)하나 삼가 가승(家乘)과 잡록(雜錄) 및 고로(故老)의 전송(傳誦)을 상고(相考)하여 위와 같이 진술(陳述)하고 후일 대군자(大君子)가 이에 의거하여 발휘(發揮)하는데 원용(援用)할 수 있도록 비망(備忘)하는 바이다.

때는 선생 서거 후 252년 갑인 (1914년) 2월 일 9대손 석익(錫翼) 삼가 씀

오호라 이 글은 우리 선조고(先祖考) 명도암(明道菴)선생의 행장(行狀)이라 선생이 가신지 수백 년이 지난 이제 여러 조각이 난 기록을 주워 모아 정오(精奧)한 온축(蘊蓄)을 모사(模寫)하기는 사십구표(四十九表)에 의거하여 공자상(孔子像)을 그려내는 일보다 도리어 어려운 일이 아니랴 그러나 선생의 명성과 덕망이 사실대로 사람들이 듣고 보는 바이므로 어찌 행장문(行狀文)을 기다리려 오 록하(麓下) 이예연(李禮延)씨 같은 분은 말하기를 과문(科文)에 능하여 이름이 성균관에 오르고 재능과 덕행이 뛰어나 초사(初仕)를 제수하였으나 지기(志氣)를 고상히 하고 은일(隱逸)하여 출사(出仕)하지 아니하였으니 전(傳)에 이른바 호걸지사(豪傑之士)라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정당벙거지와 가죽감투를 쓰던 미개의 풍습을 신속하게 유관(儒冠) 유복(儒服)으로 변속시켜 일향(一鄕)을 문명의 영역(領域)으로 올려놓은 것은 누구의 공로(功勞)인가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백세(百世)가 지난 후일에도 또한 상상(想像)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석익(錫翼)은 이 말로 인하여 감동하는바가 있으니 아- 선생으로 하여금 왕궁(王宮)에 나아가 중앙정부의 요직에 우유(優遊)하게 하였다면 공적을 이루시는데 결코 당대의 명경 대부에게 양보하지 아니 하셨을 것이나 물러나 남쪽으로 귀향하시어 향려(鄕閭)의 모범이 되시고 후학(後學) 제주인(濟州人)들을 가르쳐 인도하셨으니 다행한 일이로다. 그 유학(儒學)의 흥왕(興旺)함이여! 제주인 들이 태산(泰山)과 북두(北斗)처럼 숭앙(崇仰)하고 오히려 문학을 귀히 여길 줄 알고 명분과 절의(節義)를 권장할 줄 알아 집집마다 독서(讀書)하고 사람마다 정의(正義)로 향하게 되어 그 훈육(薰育)이 부녀유생(婦女儒生)에까지 점차 감화(感化)가 보편(普遍)한 것은 모두 선생이 교화하신 것이다. 이다음 선생을 상론(尙論)할 이는 이러한 것으로 미루어 탐구(探求)하면 거의 선생의 재덕(才德)과 행적(行跡)을 알 수 있으리라. 같은 날 또 적음.